2026. 9. 15. 13:52ㆍ카테고리 없음
VR(가상현실)을 사용해 자신의 손이 본래와는 다른 장소에 있다고 뇌에 착각시켰는데, 실제 체온이 저하되는 현상이 확인되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비코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피험자에게 현실과는 다른 손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체험시킨 결과 뇌의 공간 인식이 흐트러져 움직이지 않는 현실의 왼손의 체온이 물리적으로 내려간 것이다.
게다가 참가자 본인은 몸에 위화감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 연구 성과는 『Cortex』지(2025년 9월 5일자)에 게재되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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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s show that virtual reality illusions can physically cool down your real body
뇌가 만드는 신체의 공간지도
인간의 뇌는 시각과 촉각, 공간적인 정보를 조합하여 항상 자신의 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뇌 속에 만들어지는 몸의 공간지도는 '바디 매트릭스'라고 불린다.
바디 매트릭스는 몸의 중앙을 세로로 달리는 '정중선'을 기준으로 눈과 피부에서 들어온 감각의 정보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있다.
시각과 촉각 정보가 바디 매트릭스와 엇갈리면 뇌는 불일치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과거 실험에서도 고무로 만든 가짜 손과 거울을 사용해 뇌에 인공 손을 자신의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하면 숨겨둔 진짜 손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밀라노 비코카 대학의 연구팀은 VR 공간에서 신체의 정중선을 넘는 착각을 일으켰을 경우, 육체에 어떤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검증했다.
VR 공간에서 자신의 손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실험
연구팀은 26명의 성인을 모아 VR을 사용한 감각운동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는 VR 헤드셋을 쓰고 오른손으로 컨트롤러를 잡는다.
실제 왼손은 시야에 들어가지 않도록 눈앞의 테이블 위에 놓인 채로 둔다.
참가자는 15분간 실제 오른손을 사용하여 VR공간 내의 막대를 흔들며 푸른 큐브를 표적을 향해 밀어내는 작업을 했다.
막대가 큐브에 닿으면 오른손의 컨트롤러가 진동해 디지털 세계를 실제로 만지고 있는 감각을 높이고 있다.
실험은 3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수행하였다.
한쪽은 VR공간에서도 오른손이 막대기를 갖고 있는 정상 상태, 다른 한쪽은 VR공간에서 막대를 들고 있는 손을 시각적으로 왼손으로 바꿔놓은 상태이다.
어느 쪽을 먼저 할지는 참가자마다 바꿨다.
참가자의 눈에는 왼손이 몸의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 오른손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모방한다는 착각이 만들어졌다.

VR에서 작업중인 참가자. 왼쪽이 정상 상태에서 오른손이 표시되고 오른쪽이 바뀐 상태에서 왼손이 표시됩니다. 확대 부분이 그 차이. Image credit : Girondini et al., Cortex (2025) / CC BY-NC-ND 4.0
뇌가 잃어버린 현실의 왼손의 체온이 물리적으로 저하
연구팀은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여 테이블 위에 놓인 채로 실제 왼손의 온도를 측정했다.
동시에 신경계의 활동을 나타내는 피부의 전기 전도도(발한량 등)를 측정하기 위해 왼손등에 가벼운 전기자극을 주어 반응을 관찰하였다.
VR에서 왼손이 몸의 오른쪽에 있다고 시각적으로 착각시킨 경우, 테이블 위에 놓인 현실의 왼손의 피부 온도가 실제로 저하되었다.
하락의 폭은 평균 0.109℃였다.
반대로 VR공간에서도 오른손이 표시된 정상 상태에서는 왼손의 온도가 평균 0.149℃ 상승하고 있다.
통상의 상태에서도 VR 공간에 왼손은 비치지 않기 때문에, 왼손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 원인이 아니고, 왼손이 몸의 우측으로 옮겨진 것이 온도를 낮춘 것으로 생각된다.
눈가리개를 하고 자신의 왼손이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참가자는 자신의 좌중 손가락이 본래의 위치보다 조금 오른쪽으로 어긋나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다만 이 어긋남은 손을 바꾼 조건이라도 통상의 조건이라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15분 동안 오른손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다.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VR 공간의 막대기를 얼마나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느꼈는지, 몸에 위화감이 있었는지 대답하고 있다.
대답은 두 가지 조건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본인이 이변을 눈치채지 못한 채 체온만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Image by unsplash / Stella Jacob
신체의 착각을 이용한 신경통 등의 VR 치료법에 응용
실험은 공간 인식이 육체의 생리적 조절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가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잃으면, 물리적인 체온까지 내려 버리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참가 인원수가 적고 오른손잡이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 등 한계도 있다.
VR의 시각적 착각과 컨트롤러의 진동에 의한 촉각 중 어느 것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특정 뇌의 영역에 자기나 전기로 자극을 주면, 체온 조절에 관련된 신경 회로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하고 있다.
메카니즘이 해명되면 부상이 치유된 후에도 강한 통증이 계속되는 '복합성 국소 통증 증후군' 등 환부가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지는 신경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체의 경계선을 VR로 안전하게 조작하고, 흐트러진 뇌의 지도를 정상적으로 재작성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References: doi.org/10.1016/j.cortex.2025.08.008